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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신비
    조종래  작성일 2023.05.26  조회 137     

고통의 신비 - 조르주 베르나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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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느 곳에선가,
그러니까 낡은 교회당 담벽에서,
혹은 어느 가정집에서,
혹은 쓸쓸한 골목길 한 모퉁이에서,
어떤 가난한 사람이 두 손을 모으고 자기 비참의 심연에서부터
누구에겐가 고백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
또는 숫제 아무 말도 없이,
착하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있을 것이다.
끝내 자기를 자유롭게 해 주셨음을,
드디어 누군가를 사랑할 힘을 주셨음을
감사드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어디선가는 한 어머니가 죽은 아이를 떠나 보내며
모든 꿈을 잃은 가냘픈 신음소리를 내며서 하느님께 하소연할 때,
거기 놀라운 음성이 들려올 것이다.
곡식 낟알을 흩어 뿌리는 손처럼
창공에 별들을 뿌리시던 음성,
하늘과 땅을 부르르 떨게 하시던 음성이
그 어머니의 귀에다 다정하게 소곤거리실 것이다.
"용서해 다오. 언젠가 너도 알 날이 올 것이다.
내 뜻을 알아듣고 내게 고맙다고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네게 할 말이 이것뿐이다.
미안하다. 용서해 다오."
이 외로운 여인과 저 초라한 남자는 지금 신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우주 창조의 심부에, 하느님의 비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
그것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언어란 이해를 돕는 구실을 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이해한 것은,
최소한 지성과 모순되지는 않겠지만
지성보다 상위의 기능,
혹은 정신의 모든 기능에 두루 뻗쳐 있으면서
그 모든 기능을 일시에 동원하는
영혼의 심오하고 저항할 길 없는 움직임에 의하여 이해한 것이다.
그렇다!
저 초라한 남자나 비극을 당한 여인이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창조의 신비가 그들 안에 겸허하게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의 인간적 여정을
송두리째 이 모험에 내걸고 나아가다 보면,
그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자기네가,
바오로 사도의 말씀만따나
다른 그리스도가 되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그들은 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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