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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개의 동전
    조종래  작성일 2022.09.24  조회 143     
1006개의 동전("TV동화 행복한 세상"중에서)
가파른 달동네 언덕 끝, 그 집엔 가난이 살고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인 내가 그 누추한 문을 두드렸을 때 집에서 나온 주인은 화상으로 얼굴이 반쯤 일그러진 여자였습니다.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두평이나 될까. 퀘퀘하고 비좁은 방에는 그녀와 어린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 났어요. 아버지와 저만 겨우 살아남았죠."

불이 난 후에 상처투성이가 된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냈고 걸핏하면 손찌검을 해댔다고 합니다.

"으아앙..."

절망에 빠진 그녀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녀의 아픔을 껴안은 건 앞 못보는 남편이었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아주 짧게 그녀를 스쳐갔습니다.

남편마저 세상을 뜨고 생계가 막막해진 판에 화상 입은 얼굴로 할 수 있는 거라곤 구걸뿐이었씁니다.

서러운 사람... 상담을 하는 동안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생활보조금이 나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일어서려는데 그녀가 장롱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씁니다.

그것은 뜻밖에도 동전이 가득 든 주머니였습니다.

"혼자 약속한 게 있어요. 구걸해서 천 원짜리가 나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는 시력을 잃어가는 딸아이 수술비로 쓰기로. 100원짜리가 나오면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쓰겠다구요... 좋은 데 써 주세요."

그돈을 받아 줘야 마음이 편하다는 말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동전꾸러미를 받아들고 돌아왔습니다.

주머니 안에는 모두 1006개의 100원짜리 주화가 들어 있었습니다.

1006개의 때묻은 동전. 그것은 부자의 억만금보다 더 귀한 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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