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언양성당 교형자매 여러분, 지난 한 주간도 잘 지내셨지요? 김현 안셀모 신부입니다. 사순절의 시작과 함께 근 한 달 동안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없는 주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구에서는 잠정적으로 정부의 권고에 따라 4월 5일까지 이 상황을 유지한 후, 성주간이 시작되는 4월 6일부터 '일괄고백과 일괄사죄 예식'을 통해서 다시 미사를 재개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부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을 맞아 이 계획대로 신앙생활이 재개되고 여러분과 함께 부활성야미사를 봉헌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열망하며, 오늘은 미사 없이도 거룩하게 주일을 지냈던 신앙 선조들의 신앙생활과 모범에 대해서 순교자들의 후손인 여러분들에게 간략히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사제는커녕 세례 받은 이도 없던 시대에 신앙선조들은 주일의 정확한 일자는 알지 못했지만, 7일마다 주일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나름대로 요일을 계산해서 주일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박해시기에도 선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국내에서 활동했지만, 주일에 미사를 드릴 수 있었던 신자들은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앙선조들은 미사 없이 주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신앙선조들은 성사도 없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일을 경건하고 거룩하게 지냈습니다. 주일이면 파공(罷工)을 지키고, 대송(代誦)을 바쳤습니다. 파공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기 위해 육체노동을 삼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송으로는 「천주성교공과」에 수록된 '주일경'과 '축일 기도문'을 바쳤습니다. 기도서가 없거나 글을 몰라 '주일경'과 '축일 기도문'을 바칠 수 없는 경우에는 십자가의 길을 바쳤습니다. 십자가의 길도 바칠 수 없다면, 주님의 기도 33번씩 두 번을 바쳤습니다. 또 글을 아는 이들은 주일에 마땅히 성경을 읽고 아랫사람들에게 그 말씀을 가르치도록 권고했습니다. 이처럼 신앙선조들은 주일에 정성을 다해 기도와 말씀 묵상을 바치는가 하면, 그리스도가 부활한 기쁨을 나누는 날로 주일을 거룩하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사를 갈망했습니다. 하지만 성사를 드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주일의 기쁨을 나누고, 선행을 실천하며 마음속으로나마 간절히 신앙심을 키워나갔습니다. 박해로 자유로운 주일미사는 봉헌할 수 없었지만, “안식일이 누구를 위하여 있는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며, 주일의 정신과 의미를 가슴에 간직한 채 신앙생활을 이어 왔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언양성당 교우 여러분, 우리 모두도 자랑스러운 신앙선조들의 후손입니다. 사상 유례없이 미사 없는 신앙생활이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들의 신앙선조들의 모범에 따라 우리들도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며 우리의 신앙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0년 사순 제5주일 김현 안셀모 신부 올림
|